현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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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좋다!” 한 여름밤의 탈춤 한 마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1-28 15:34
조회
166

김준혁_ ‘오늘의 탈춤참여자

 

 

20226월부터 7,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오늘의 탈춤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늘의 탈춤을 알게 되었을 때, 사실 프로그램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탈춤이라는 단어에 꽂혀 곧바로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렇다. 나는 탈춤에 흥미가 강한 사람이다. 대학교 탈패에서 봉산탈춤을 배워 지금도 탈춤을 추고 있고, 더 나아가 다른 탈춤을 배워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러던 와중 한강 뚝섬에서 시민들에게 고성오광대 기본무를 무료로 가르쳐준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렇게 천하제일탈공작소와 연이 닿아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오늘의 탈춤까지 오게 되었다.

 

오늘의 탈춤은 쇼케이스 공연부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한 달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다. 먼저 충격의 시작, 쇼케이스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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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탈춤포스터

 

이전에 봐 왔던 대다수의 전통 탈춤들은 사전 설명을 최소화한 채 공연을 시작한다. 그렇기에 사전정보가 없는 관객들에게 탈춤은 불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탈춤의 경우, 강의식 공연이란 방식을 선택하여 관객들에게 사전정보를 전달한 후 천하제일탈공작소 동인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또한, 전통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대적 접근을 통하여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굿거리장단과 베이스기타에 맞춰 춤을 추는 문둥이와 코로나를 외치는 이매 등 현대의 상황을 탈춤에 접목하여 관객들의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특히 문둥이 춤 때 객석의 반응을 살펴보니,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몸짓 때문에 이를 보고 웃는 관객이 다수였는데, 음악과 장단, 그리고 연희자의 연기 3박자에 극이 고조되자 관객들의 웃음은 점차 줄어들었고 문둥이가 북을 집는 순간까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고 있었다. 마침내 북을 집어 들었을 때는 객석에서 자연스레 응원과 함성이 흘러나왔다. 이 순간 나는 탈춤이 오늘날 가야 할 방향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고, ‘오늘의 탈춤에서 탈춤이 아닌 오늘의라는 수식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늘의 탈춤은 오늘날의 탈춤이 어떻게 시민들과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던 프로그램 같았다. 참여자들은 양주별산대와 고성오광대의 기본무를 배우고, 이 춤사위를 바탕으로 개인의 탈과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이 과정은 탈춤을 배우고, 배운 이 탈춤으로 오늘날의 탈춤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전통문화에 대한 흥미도 끌어내면서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공연인 셈이다. 이 창작과정 속에서 시민 참여자들은 전통문화 관심도의 유무를 떠나 개개인의 춤사위를 만들고 탈을 만들어 갔다. 또한, 시민 참여자들은 불안이라는 공통 주제로 서로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부정한 것들과 불안한 것들을 개인의 탈로 풀어내었는데, 그렇게 오늘의 탈춤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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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자들이 기본무를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로 개성 넘치는 탈춤을 창작하고 있다

 

시민 참여자뿐만 아니라 천하제일탈공작소 동인들 역시 개개인의 이야기를 본인의 탈춤으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탈춤으로 풀어낸 탈수기가 완성되었고, ‘오늘의 탈춤을 마무리하는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천하제일탈공작소 동인들의 무대로 시작되었다. 전통 탈춤의 인물들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여 진행되었는데, 이 부분이 감탄스러웠다. 예로부터 민중의 대변인인 말뚝이는 동시대의 대변인이 되어 사회에 대한 일침을 날리고 춤을 춘다. 처첩 간의 갈등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할미는 자신의 상황과 운명을 거부한 채 할미욘세가 되어 나타난다. 천하에 한량 취발이는 힙합 패션을 온몸에 두르고 술에 취해 크럼프를 추고 있다. 과거의 캐릭터 성을 현대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신선한 일인가. 각각의 캐릭터는 전자음악에 맞춰 탈을 쓴 채 시대를 대변한다. 어렵게도 느껴져 진입장벽이 높은 전통예술을 오늘날의 형식으로 풀어내니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야외 수조는 어느새 흥에 겨운 관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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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탈공작소 동인들이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주변을 돌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동인들의 무대가 마무리될 즈음, 수조은 시민 참여자의 무대로 변화했다. 동인들이 만들어 놓은 판 덕분인지 관객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불안에 공감하고 있었다. 분명 공연 초반부에는 박수만 치거나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관객들이 호응으로 공감을 표현하고 있었고, 반대로 불안에 대해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연스레 이 마당에 녹아들어 개인들의 의사 표현으로 추임새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동인, 시민 참여자, 관람객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춤을 추었고, 무대와 객석은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 모두가 장단에 맞춰 춤과 노래를 부르고, 웃음과 흥분이 가득한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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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자들이 탈수기공연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탈춤이 있다면 과연 이런 모습일까?

오늘날 탈을 쓰고 하는 공연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의 이야기가 과연 미래에도 유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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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탈공작소, ‘오늘의 탈춤참여자, 시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탈춤을 즐기고 있다

 

사실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하겠다. 이번 오늘의 탈춤참여를 통해 오늘날에는 탈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계속 공부 해보고자 한다. 옛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재해석 하여 오늘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옛것을 지키면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가는 것이 연희의 본질이자 가장 필요한 점 아닐까. 적어도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의 밤은 오늘의 마당놀이였고, 모두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