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곁에 두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늙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늙음이 정말 나에게도 올 수 있다는 불안, 실제로 퇴행을 겪는 이들의 슬픔 등은 앞서 말한 일상 속에서 느껴왔던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부터 기인해 왔을 것이다.
이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우리도 모르게 갖고 있던 ‘나이 듦’과 ‘나이 든 사람’에 관한 물리적·정신적 고정관념을 다장르로 탐구 해보는 예술교육을 진행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교육자와 교육 대상자 모두 늙음을 이겨내기보다 ‘받아들이기’로 곧 충실하게 더 늙어갈 시간들에 대한 가치 전환과 더불어 현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길어진 생애주기 속에서 장년층을 위한 예술교육과 청소년 예술교육, 더 나아가서는 영유아 예술교육까지. 생각보다 현재 많은 예술 교육들이 특정한 나이대를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30대에서 50대, 즉 내가 아닌 누군가를 부양하고, 기르는 상황 속에 있는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그리고 그들의 보편적 고민을 도출하고자 하는 교육은 부족하다. 이 나이대의 늙어 가는 이들, 늙어 감을 앞둔 이들은 특히나 미래를 위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소진하는 삶을 살아가며, 정작 본인의 퇴행 되는 신체와 내면의 탐구를 통한 성찰의 시간은 사치로 느끼기 쉽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점에서 현 사회 속에서 정말 주요한 세대이자 ‘애매한’ 세대의 ‘늙어 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필히 주목할 만하다.
이에 이번 프로젝트는 사회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집중하며 늙어 감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대단한 고군분투가 아니라 하찮은 수행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는 현재 일상 속 ‘나’, ‘몸’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나이 듦’에 대한 가치를 전환 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삶에 대해, 자신에 대해 덤덤히 또는 혼란의 바람이 불고 있는 그 중심에 있더라도 그것을 바라보고 느껴보고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서울문화예술교육 청소년 TA로 17~22년까지 활동하면서 나이,성별, 직업군을 떠나 자기 삶에 대한 호기심, 탐구, 사유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대를 함께 하는 존재로서 ‘나’는 언제든 누군가를 끌어주기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도 누군가의 뒤에서 보살핌을 받기도 하는 사람이 된다라는 것을 깨닫기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청소년예술 TA를 하고 있던 2018년 어느 중학교 한 학생이 떠오른다. 교실에서 늘 친구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며 떠들고 집중하지 않는 아이였다. 머리나 교복 등 어른에게 챙김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그 당시 우리 팀은 ‘배꼽잡기’로서 (현 자율기획에 주강사로 함께 했던 장유진과 함께 했던 팀) 우리 팀의 교육방식 중 아이들과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많이 나누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었는데, 그 당시 그 아이의 안경 한 쪽이 깨져 있었던 것을 보고 그 아이와 이런 저런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나에겐 그저 그 아이의 현재나 일상을 가볍게 또는 그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는 정도의 일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 다음 수업부터 그 아이의 태도나 모습이 너무 바뀌어져 있었다. 강사들의 말에 집중하고 친구들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시간으로 채워가는 아이를 보면서 나에게 예술교육이 무엇인가란 질문이 강하게 왔던 적이 있었다.
본인은 예술교육활동을 기획 및 개발하면서 개인 창작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창작의 과정과 동일하게 생각하며 준비한다. 그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본인은 ‘나’에게서 생겨나는 여러 이슈의 질문들 중에서 포착 되는 것에 집중하며 탐구한다.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리 답을 내리며 가기 보다는 더듬더듬 찾아가는 것 같다.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하기도 하고 말을 듣기도 하며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 내가 내 입으로 진심을 다해 말을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를 찾아간다.
문화예술교육도 그러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말을 하게 되고 그 말을 들으며 나에게 그것이 어떠한 작용을 불러 일으키는지 바라본다.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이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나와 만나는 그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도 않는 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안다는 것 그것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된다. 그러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솔직하게 나를 들어내고 타인과 만나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쌍방향 소통이라고 생각 된다. 교육이라는 이름 속에서 내가 누군가를 알려주거나 가르친다는 것이 아닌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교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힘이자 노하우는 아닐까?
기획 정경원 010-9350-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