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회가 정체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예술가들은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 남겨지는 사람들, 새롭게 생겨나는 소수자들을 주목하곤 했습니다. 성과나 발전 등 경제적 지표만 신경 쓰다가 놓치기 쉬운 인간의 문제들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고찰이야말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무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소수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작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개 이상의 장애(지체장애와 시각장애 등)를 지닌 분들을 만나면서 촉발된 생각이 장애, 퀴어, 여성, 가난 등 둘 이상의 소수성이 중첩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인식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소수성을 지닌 당사자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예술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배리어프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관객도 비장애인처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전반의 배리어프리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즐거움보다는 차별과 좌절을 느끼게 되는 현실을 함께 바꿔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예술은 벽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벽 같은 것은 그냥 타고 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문화예술의 수혜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생산자로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켜보고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설 수 있는 무대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마음껏 외쳐보는 것, ‘나’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신나는 예술여행’에 선정되어 전국 순회공연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늑대가 귀여운 동물들이 사는 마을로 이사를 하기 위해 겪는 좌충우돌 대소동을 다룬 작품입니다. 중증장애인 주인공의 열정적인 노래와 연기에 많은 중증장애인 관객들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그 순회공연 이후 장애가 있는 주인공 늑대가 부르는 주제곡으로 중증장애인 참여자들과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놀고 있습니다. 재밌게 노는 시간도, 완성된 뮤직비디오도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 같았습다. 순회공연을 함께한 동료(장애인 배우, 싱어송라이터, 스텝 등)들이 함께하여 수업과 훈련 위주가 아닌 놀이와 소통의 시간이면서 선물과 같은 뮤직비디오가 완성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장애인 참여자들과 나눴습다. 뮤직비디오 챌린지로 우리의 유행가를 만들기 위해 100개의 뮤직비디오를 목표로 놀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장애인 연극제를 만들어서 더 즐거운 판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