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언니네책방은 모든 이의 삶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집단을 만나, 내 삶을 글로 풀어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 중년 여성, 고민 많은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글을 씁니다. 잘 쓴 글보다는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가진 힘을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 평범한 사람들의 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안전한 만남을 위해 세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음료 마시는 일 까지도 자제했습니다. 마스크 위로 빼꼼히 나온 눈만을 바라보며 만남을 이어가다 광복절 집회로 인한 코로나 대유행으로 급작스럽게 온라인 프로그램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오프라인에서 두 달간 만나왔지만 화면에는 낯선 얼굴들이 가득했습니다. 20대에 자주 드나들던 영화관은 어디인지, 살아오며 가장 아팠던 순간은 언제인지, 어제는 가족과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하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놓는 사이가 되었지만 만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화면 너머로 서로의 온전한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 둘 참가자들이 입장할 때마다 눈이 동그래지던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출간발표회에서 한 참가자는 화면 너머로 만난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을 커리커쳐로 그려 선물로 주셨습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오프라인에서의 유대감을 결코 대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화면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받을 수 없었을 선물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줄 수 있었습니다.
종종 참가자들로부터 ‘여기 오는 게 쉬는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던 때에는 모든 가족이 집에 있으니 내 공간이 사라졌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피해 공원에서 휴대폰으로 접속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그 다음 주에 이어진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금요일 1시부터 4시까지만이라도 내 시간을 지켜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마치 없던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 토로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한 편이 되어 열렬히 공감하며 대신 화를 내주었습니다. 코로나를 경험하며 사람을 만나는 일에 두려움이라는 감각이 생겨버렸지만, 그렇다고 연결에 대한 욕구까지 멈출 수는 없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이기도 하지만 나를 만나는 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나를 꺼내 놓는 일이 또 다른 생존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나는 언니네글방에서 !를 썼다.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었다! 쓸 수 있을까? 쓸 수 있었다! 나는 글방에서 물음표에서 느낌표를 썼다. (라떼라떼)
– 나는 언네글방에서 도피의 시간을 썼다. 꾸역꾸역 숙제를 하며 절반쯤 지나니 비록 마스크를 쓰고 만나 얼굴은 모르지만 사람들이 편해졌다. 서로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힘을 얻었다. 머리속이 시원해졌다. (라떼라떼)
– 나는 언니네글방에서 그 때 쓰지 못했던 일기를 썼다. (동그라미)
– 나는 언니네글방에서 오늘을 썼다. 큰 욕심이 없었다. 반백년 내 인생을 쓰면 좋았겠지만 그냥 오늘을 썼다. 지나간 시간 속에 들어가 오늘에 서 있는 내가 썼다. 오늘,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랄라)
– 나는 언니네글방에서 나를 썼다. 어두운 것은 피하고 밝은 기억만 생각하려 했다. 그런 내가 매주 글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꺼내놓기 싫은 이야기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내가 거쳐온 모든 나이의 나와 만났다. (토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