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리가 만난 계절은 ‘봄’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스무 번을 만납니다.
그 안에는 봄도, 여름도, 가을도, 초겨울도 있을 거예요.
첫 번째 계절, 봄.
언 땅이 녹고,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는 봄
새로운 생명들이 자라는 계절, 정말로 우리가 심은 씨앗이 새싹으로 자라날까요?
우리가 가꿀 작은 텃밭을 만나요. 이 텃밭은 어떤 공간이 될까요?
상추, 로메인, 루꼴라, 딜, 바질, 토마토, 가지, 당근, 샐러리, 부추, 깻잎, 작두콩
심고 싶은 씨앗을 심어요.
세 모둠으로 나뉘어 텃밭을 정성껏 가꿔요.
농부님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우리가 심은 씨앗과 새싹에 대한 이야기도 시로 써보고
서로를 의지해 한 발 나아가요.
여름
뜨거운 여름
뜨거운 햇볕에도 작물들은 잘 자라날까요?
텃밭에 잠시 서있기만 해도 비오듯 땀이 나요.
햇빛을 좋아하는지, 봄에 심은 작물들이 쭉쭉쭉
무럭무럭 자라네요.
뱅글뱅글 길어지는 작두콩
꽃이 열매로 변하기 시작한 방울토마토와 가지
상추와 로메인, 루꼴라는 뜯어서 집에서 샐러드로 해먹기도 하고요.
바질과 딜의 향기가 어떻게 다른지 직접 맡아봐요.
루비처럼 빛나는 래디쉬도 모습을 보이네요.
한여름에 우리가 물놀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작물들도 여름에 물을 좋아해요.
가을
봄에 씨앗을 심고 모종을 심었던 것처럼
가을에도 가을 작물들을 키울 준비를 해요
봄에 한 번 했던 작업이라
땅을 고르는 것도, 씨앗 구멍을 파는 것도, 씨앗을 심는 것도
한결 익숙하게 해내요.
코로나 19 방역 강화로 작은 도서관에서 만나기 어려워
가을바람을 맞으며 야외 공원에서 만났어요.
우리의 자연 교실도 멋졌죠?
의 모스 아저씨처럼
우리 동네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며 플로깅도 하고
갑작스런 가을비로 예정된 수업을 할 수 없을 때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며 신나게 뛰어 놀았어요.
글 없는 그림책의 장면들을 나무에 걸어 멋진 전시회장도 만들고
한 장 한 장 우리의 글도 써넣었죠.
겨울
그동안 우리가 키웠던 작물들을 수확해서
지구커리의 구슬 선생님과 함께 채식요리도 하고
도시락에 담아가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답니다.
텃밭 작물을 가꾸느라 고생한 몸을 돌보며
무빙요가에서 숲을 닮은 요가로 몸과 마음도 풀어주고
어느새 다가온 겨울에는
새로운 장소에서 따뜻하게 실내 수업을 했어요.
그동안 텃밭을 함께 가꾸면서
우리의 관심은 친구, 함께 사는 삶, 지구 행성으로 펼쳐져요.
마지막 날에는 가족들을 초청해서
틈틈이 연습했던 ‘꿈꾸지 않으면’ 노래도 함께 부르고
그동안 우리가 만든 작품들도 멋지게 전시했어요.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리디아의 정원>을 읽으며
씩씩한 꼬마 정원사 리디아가 그랬던 것처럼
각자의 화분을 나눠들고
이 생명을 소중히 가꿀 것을 꿈꾸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어요.
하트(HEART)는 사람(HE)들이 예술(ART)을 통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예술교육단체입니다.
문학, 그림책, 철학, 음악, 시각예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컨텐츠를 바탕으로 학교 및 기관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보연(대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습니다. 2015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어린이예술가교사로 교과연계 통합예술 수업으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예술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위로와 용기를 주고자 참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국경아(연구진) 언어학을 전공하고 아동문학 박사 과정 중에 있습니다. 좋은 세계관을 담고 있는 양질의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향유하고 싶습니다.
김학미(연구진) 회화와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2014년부터 통합예술교육을 진행해왔습니다. 현재는 개인 작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김한글(연구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2014년부터 래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랩치유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민채(연구진) 연극과 무용을 전공하고 2018년부터 연극수업 및 뮤지컬 수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어린이, 장애아동, 장애청소년 등 다양한 대상을 만나왔으며, 계속해서 유연한 예술교육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예술교육은 만남이다!” 어떤 만남의 시간이든 같은 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수업 내용이더라도, 만나는 대상과 그 분위기, 성향, 성격에 따라서 항상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매 수업 전마다 너무 설레고 떨려요. 누군가를 소중하게 만나는 시간! 그래서 예술교육은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만남이라고 이야기한 것에 연장선으로, 누구를 만날지 기대하고,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고,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상상하면서 생각하는 과정이 수업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수업 준비 과정에는 전체 구성이나 세부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구요. 이런 상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 번 뿐인 소중한 만남을 충만하게 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돌아보니 2021년 어린이의 정원을 구상할 때가 2019년 말 즈음이었는데요. 그때 생각했던, 텃밭, 그림책, 요가, 채식요리 이런 것들을 어린이와 정말 충분히 나눌 수 있었던 것이 꿈만같고 감사하네요.
코로나 단계까 상향 조정됐을 때 수업 공간이 작은도서관을 활용할 수 없어서 텃밭 옆 공원에서 3시간 수업을 진행했었어요. 그때 자연에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서, 올해는 자연에서, 자연의 재료로, 예술을 만나보려고 궁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