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의 주민으로, 혹은 손님으로 시간을 쌓아온 시니어 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사진 아카이브를 활용한 콜라주 작품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 옛 종로 일대의 풍경을 담은 사진 아카이브와 어르신(시니어) 개인이 소장한 사진들을 함께 활용하여 그리운 시절의 종로 풍경을 다시 재현한다.
흑백 사진들을 자유롭게 콜라주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해보며 빛바랜 채 잠들어 있는 기억에 생생함을 더한다. 여기에 어르신이 직접 쓴 글들 (시, 수필) 혹은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함께 실어 풍경기록집으로 엮는다. 이렇게 재현된 풍경들은 전시를 통해 예술작품으로 발표되고, 기록집은 종로구 곳곳에 무료로 배포된다.
한 도시의 시절을 담은 사진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 자화상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렇게 부여된 자화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도시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바꿔놓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사진가 한영수의 이 있다. 50-60년대 서울의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은 사진첩으로, 그 시대의 흔적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낸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그 시대의 서울. 상흔과 슬픔, 가난이 뒤섞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영수 작가는 여전히 존재하는 서울의 낭만과 일상, 문화를 담아낸다. 그 사진첩을 통해, 피고름 위로 돋아난 서울의 새 살을 목격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미닝오브와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하게 된 (이하 <종로의 풍경들) 또한 이와 같은 사진 아카이브의 특성을 차용하여, 그 시절을 ‘살아낸’ 시니어 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기록하였다.
종로를 말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몇 가지 장소들이 있다. 탑골공원 (파고다 공원), 종묘, 인사동 등의 이미지는 곧 시니어, 시니어 문화, 전통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종로를 지나온, 그리고 지금 살아온 시니어 세대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시니어 세대가 종로에서 어떤 삶을 누렸고,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에 대한 역사는 다음 세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계속해서 가속화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 속에서, 어떤 도시보다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종로. 그 안에 잠재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은 시작되었다.
이러한 기획의도에 따라, 수업은 시니어 세대의 역사를 발굴하여 시각화하는 작업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었다. 총 6강으로 2기수에 걸쳐 진행된 수업은 어르신들이 각자의 자기역사연표를 작성하며 삶의 기억을 회고하고, 기억의 세밀한 부분을 더듬어가며 그 안에 녹아든 종로의 풍경들을 발굴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어르신들은 종로구 내에 있었던 자신만의 다양한 스토리를 떠올리며 이를 ‘종로 이야기 지도’로 만들어보고,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예술적인 시 문학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 시 문학을 기반으로, 공공 저작권으로 아카이빙된 종로의 옛 풍경 사진과 자신만의 사진을 콜라주하여 빛바랜 기억의 한 장면을 새로이 재구성해보는 작업으로 수업을 끝맺을 수 있었다. 나만의 기억으로 구성된 콜라주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되었다.
시니어 세대가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발굴해 낸, 종로라는 한 도시의 역사 속에 남긴 발자취에 대한 보물 같은 이야기가 여기 담겨 있다. 그 의미가 이 책을 보는 모든 세대에게 전달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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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은 ‘마주잡은 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며, ‘함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사람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 교육은 이 감정과 감정이 함께 맞닿아,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