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나는 그저 먼저 해낸 사람일 뿐이다. 이 분야에서 뭔가를 이룬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특별한 것을 꼽아야 한다면 그가 이룬 것이지 그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모두가 평등하게 문화예술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문화에술의 굴레가 늘어나면 좋겠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더해지길 바란다.
심리상담을 받거나 유서를 쓰거나 부모에게 엄마에게 친한 친구에게 어리광과 투정, 푸념과 하소연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 그걸 종이에도 해낼 수 있다. 종이도 나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전해도 아무렇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는 감각, 그만큼을 해내는 완벽한 타인의 역할을 꼭 해내고 싶다. 그래서 ‘이제 다 전했는데, 뭘 더 하지’ 싶은 다소 시원하고 약간 공허하며 다음이 기대되는 상태에서 함께 나아가고 싶다.
11월 30일에 낭독회를 했다. 자기 글이 실린 책을 들고 일부를 낭독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작가님들이 있었다. 나는 그 울음이 이완을 위한 거라고 느꼈다. 그간 버거운 일상은 정리되지 않지만 손수 쓴 글들은 이렇게 책으로 나타났다.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감각을 다해 품을 수 있었다. 이 사회는 빨리하기를 강요해서 경직된 상태가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잠시 잊었던 혹은 잃었던 자신을 마주하는 울음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벅찼다.
세상을 낙관하고 싶어서 타인을 만난다. 이번에 만난 타인이 나를 지옥에 가게 하더라도 괜찮다. 지옥이 거듭되어도 괜찮다. 세상에 타인은 많으니까. 그(들)은 가능성이다. 미지이다. 그러니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다가오는 누군가를 반갑게 맞을 수밖에.
저는 성동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철도 우이신설선이 생기면서 문학가를 뽑았고 인근 주민들을 인터뷰한 기록과 그를 기반으로 한 창작 시를 펴내는 프로젝트로 지역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성동구와 광진구, 용산구, 관악구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들과 반년부터 한 해를 함께하면서 오감을 다해 지역을 알아가는 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민이 자부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외부인인 제가 발견하는 것이 있어 늘 흥미롭게 다가갑니다. 서른이 넘어서도 해외여행을 한번도 안 했을 정도로 국내 지역을 알아가는 일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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