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록
202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
글 _ 국경아 (HEART 주강사/연구진)
통합예술교육단체 'HEART'는 올해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용산가족공원에서 진행했다.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는 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통합예술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의 예술성이 자연스럽게 발산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 음악, 시각예술이 결합된 나만의 글소리집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나만의 글소리집은 매 차시의 활동 결과가 누적되어 나오는 결과물로서 어린이들은 차시 마다의 예술 활동이 쌓여서 하나의 통합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1.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 자연스러운 예술가란 어떤 것일까?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사실 우리 모두는 내면에 저마다의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기교나 기술의 습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예술성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이라면, 예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러한 저마다의 예술성을 발산하고 이를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는 이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제목 안에 숨겨진 또 하나의 언어유희는 그 예술성 발산을 자연을 매개로 하자는 것으로, 프로그램 진행 장소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거대한 녹지인 용산 가족공원이었다.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서 한 발짝만 내딛으면 펼쳐지는 푸른 벌판에서 어린이들이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그 공간에서 자신과 예술에 대해 충분히 느끼기를 의도한 장소 선정이었다. 사실 자연은 모든 예술의 가장 근원적인 원천이자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차시별로 공원을 탐방하며 자연물을 수집하고 그림책과 시를 읽고 자유롭게 뛰노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시를 써내려갔다. 이렇게 쓰여진 시들은 어린이들이 직접 낭송해서 녹음하고, 시를 낭송할 때 쓰일 배경음악 또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서, 시 낭송과 배경음악, 그리고 매 차시 수업의 활동물들이 결합된 글소리집으로 재탄생되게 된다. 배경음악의 재료들 역시 자연에서 수집한 것으로, 어린이들이 공원을 탐방하면서 녹음한 소리들, 그리고 공원의 기물들과 사물들을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낸 소리들이었다. 공원의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시로, 시 낭송의 배경음악 재료로 녹아들어간 것이다.
2. 기술과 예술, 그리고 사람
프로그램의 전반부가 자연 속에서 여러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과 예술, 자연에 대해 성찰하고 발산하는 것이었다면 프로그램의 후반부는 그렇게 해서 매 차시마다 나온 결과물들을 결합하는 과정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녹음한 소리들을 편집하는 앱과 편집 기기 등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중요한 요소로 역할을 하였다. 사실 새로운 앱이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그것들의 작동을 숙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자칫하면 그것에 매몰돼 예술 활동의 본질을 놓치기가 쉽다.
강사진들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기기와 장비 사용에 대해 핵심적인 요소들로만 설명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였다. 그리고 시연을 통해 어린이들이 보고 이해하고 직접 해보면서 기기와 앱 사용법을 익히게 하였다. 이 때에는 주강사와 보조강사들 모두가 개별 어린이들의 작업을 도우며, 어린이들이 새로운 앱과 기기를 낯설어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 과정을 즐기며 녹음한 소리들과 음악을 편집하도록 하였다. 기기 사용법 숙지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을 재미있어하며 작업 운신의 폭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소리들의 질과 느낌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들의 강약과 길이를 조정해가며 그렇게 자신의 시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나만의 글소리집은 수업 마지막 날 가족들을 초청한 수업 공간에서 공개되었다. 그동안의 예술 활동들이 누적되어 통합된 나만의 글소리집은 진심어린 박수와 따뜻한 격려 속에 선보이고 환영받았다.
3. 시대와 예술, 그리고 사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예술 활동의 외양도 많이 변화했다. 붓과 펜 대신 앱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소리들을 마디마디로 분절해서 이어 붙이는 것도 가능해진 요즈음, 최신 앱이나 장비 사용 능력은 오늘날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유용한 기술일 수 있다. 그러나 최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든 그렇지 않든 예술의 본질, 그리고 자신의 예술성을 발산하는 행위의 본질은 변합없을 것이다. 자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낼 줄 하는 것, 그 과정을 즐기며 미적 체험을 하는 순간순간들. 이러한 예술 활동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중심에 나, 바로 예술 활동의 주체이자 예술의 향유자인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예술가, 어린이’는 많은 것이 변한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자연 속으로 어린이들을 초청했다. 그 속에서 어린이들이 영감을 얻으며 자신 안의 예술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 과정 가운데 최신 장비도 겁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누적되어 통합예술작품인 자신의 글소리집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면서 하트가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예술’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자연과 기술, 예술, 그것들 가운데 중심을 잡고 서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사람이기에. 사람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 마음들을 서로 나누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하트(HEART)는 예술교육 전문가가 모인 그룹으로서, 2016년부터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HE)이 예술(ART)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HEAR) 마음(HEART)을 나누는 세상이 되기를 꿈굽니다. 문학, 시각예술, 그림책, 음악 등의 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참여자에게 맞는 주제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예술을 삶 속에서 깊이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